2026년 5월 23일 토요일

내 안의 여섯 도둑과 사는 법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문득, 내 몸이 거대한 정거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종일 온갖 손님들이 드나든다. 스마트폰 화면 속 화려한 영상들은 눈(眼)을 통해 들어오고, 타인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는 귀(耳)를 찌른다. 퇴근길 코(鼻)를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에 이끌려, 혀(舌)가 원하는 자극적인 야식을 배불리 먹고, 따뜻한 침대 위에 몸(身)을 뉘인다. 그러면 머릿속(意)에서는 낮에 있었던 후회와 내일에 대한 불안이 꼬리를 물고 피어오른다.

불교에서는 이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을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義)'라 부르고, 바깥의 자극에 눈이 멀어 내 삶의 에너지를 훔쳐 가는 이들을 '여섯 가지 도둑(육적, 六賊)'이라 비유했다. 참으로 기막힌 표현이다. 이 도둑들의 특징은 결코 만족을 모른다는 점이다. 더 자극적인 것, 더 달콤한 것, 더 편안한 것만 요구하며 끊임없이 주인을 충동질한다.

그 욕심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다. 과식으로 속은 더부룩하고, 늦은 밤까지 영상을 보느라 눈은 침침하며, 머릿속은 온갖 잡념으로 터질 것 같다. "이 놈의 욕심이 지나쳐 사람의 생명을 빨리 거두어간다"는 옛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이 도둑들에게 스스로 곳간 열쇠를 내어주며 나의 수명과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도둑들을 내쫓아야 할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내가 살아있는 한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하는 동거인들이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것은 살아있음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도둑을 다스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포졸을 풀어 잡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혀가 매콤하고 짠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칠 때, "어허, 또 도둑놈이 심술을 부리는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본다. 마음이 불안과 질투로 요동칠 때, "내 생각의 도둑이 또 쓸데없는 망상을 피우고 있네" 하고 그저 알아차려 준다.

신기하게도 도둑들은 누군가 자신을 빤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슬그머니 힘을 잃고 얌전해진다. 날뛰던 감각의 욕망이 가라앉으면 그제야 맑은 정신이 돌아온다.

오늘도 내 안의 여섯 도둑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들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휘둘리는 대신, 조용히 차 한 잔을 내어주며 지켜볼 일이다. 도둑의 손에 쥐여주었던 삶의 주도권을 다시 내 손으로 가져오는 것, 그것이 내 몸과 마음을 지키고 온전한 내 수명을 살아내는 진짜 비밀일지도 모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