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앞에서는 지혜보다 사랑을,
훈계보다 이해를, 똑똑함 보다 바보 같음을 선택하십시오.
그것이 제가 백 년을 살고 나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입니다.
- 김 형 석 (106세/ 1920,년생) 교수님 말씀
바보가 되기로 한 마음
창가에 앉아 가만히 흐르는 시간을 바라봅니다. 낯선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 시절부터, 펜실베이니아의 사계절을 수십 번 맞이하기까지 참으로 바쁘게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자식들을 당당한 사회인으로 키워내기 위해, 때로는 세상보다 날카로운 지혜를 갖추어야 했고, 때로는 자식의 앞길을 밝혀줄 똑똑한 길잡이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생의 황혼녘에서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가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앞서가는 지혜가 아니라, 한 걸음 뒤처지는 '바보 같음'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손을 잡아 주는 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는 점점 더 많은 선택의 순간 앞에 서게 됩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되게 할 것인가, 어디까지 바로잡아야 하는가. 사람들은 흔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더 지혜로워야 하고, 더 올바른 말을 해야 하며, 더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황혼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 보니, 결국 아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자식 앞에서는 지혜보다 사랑을 선택해야 합니다.
살다 보면 부모는 아이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가 실수하려 할 때마다 먼저 답을 알려 주고 싶어집니다. 넘어질 길을 막아 주고, 손해 볼 일을 미리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정답을 배우는 것으로만 자라지 않습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괜찮다”고 안아 주었던 기억 하나가 사람을 끝까지 버티게 합니다. 아이는 완벽한 조언보다 자신을 믿어 주는 눈빛 속에서 자랍니다. 부모의 사랑은 아이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견딜 힘을 만들어 줍니다.
훈계보다 이해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른의 눈에는 아이의 행동이 미숙하고 답답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전에 먼저 고치려 들게 됩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마음속에는 설명하지 못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있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잘못 뒤에는 서툰 마음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그 마음을 보지 못한 채 옳고 그름만 이야기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부터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먼저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해받은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바로 세울 힘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똑똑함보다 바보 같음을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은 늘 계산적이고 빠른 사람을 칭찬합니다. 손해 보지 않는 법, 이기는 법, 남보다 앞서는 법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가족 안에서는 때때로 바보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괜히 져 주는 사람, 다 알면서도 모른 척 웃어 주는 사람, 자존심보다 관계를 먼저 붙드는 사람 말입니다. 부모가 그런 바보 같음을 품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사랑이 경쟁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사람을 끝까지 품는 것은 영리함이 아니라 따뜻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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