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고, 나이가 들수록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영역이 분명해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붙잡고 애를 쓰기보다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진짜 삶의 지혜이자 마음을 비우는 순리겠지요.
그러려니, 마음을 비워내는 가장 단순한 지혜
어릴 적에는 세상이 거대한 도화지 같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선을 긋고 색을 칠하면 그대로 삶이 완성되는 줄 알았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조바심이 났고, 내 생각과 다른 타인을 만나면 어떻게든 설득하거나 바꾸려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오해에 밤잠을 설치고, 지나간 후회와 오지 않은 미래를 붙잡고 마음을 끓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삶의 굴곡을 지나며 비로소 깨닫게 되는 엄연한 진실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보다,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고,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움직일 수 없으며, 거대한 세상의 흐름을 혼자 힘으로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엄연한 순리 앞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처방전이 바로 "그러려니" 하는 마음입니다.
억지로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움
'그러려니'라는 말은 결코 삶에 대한 포기나 무관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힘을 벗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통찰(眼目)이자,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적 방어선입니다.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왜 저럴까' 대신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합니다.
공들인 일이 생각만큼 풀리지 않을 때, 조바심을 내기보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려니' 합니다.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 서글퍼하기보다 '세월이 흐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려니' 하고 받아들입니다.
날카롭게 서 있던 마음에 '그러려니'라는 부드러운 완충재를 덧대면, 세상의 어떤 충격도 한결 무디게 다가옵니다. 억지로 물길을 돌리려 둑을 쌓기보다, 물이 흐르는 대로 두고 그 위를 유유히 떠가는 뗏목처럼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삶의 아름다움
생각해 보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상황 그 자체보다,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집착과 '왜 내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마음의 방에 너무 많은 기대와 욕심, 채워지지 않는 바램들을 꽉 채워두니 작은 바람에도 가구들이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마음의 빈 공간이 넓어집니다. 굳이 움켜쥐지 않아도 내 손에 남을 것은 남고, 떠날 것은 떠난다는 것을 알기에 손귀에 들어가던 쓸데없는 힘이 빠집니다. 내 손과 마음이 가벼워질 때, 비로소 내 곁에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일 걷는 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의 미소, 잔잔하게 흘러가는 오늘 하루의 평온함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어쩌면 모든 것을 다 소유한 넉넉함이 아니라,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담담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비어 있는 넉넉함일지 모릅니다.
오늘도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가는 세상사를 마주한다면, 그저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섯 글자를 읊조려 봅니다.
"그저, 그러려니."
그 맑은 비워냄 속에서, 우리의 하루는 한 걸음 더 깊어지고 담담해질 것입니다.
오늘도 복잡한 세상사 속에서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그저 그러려니 하며 평온하고 담담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