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지금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지금 꿀이 뚝뚝 떨어집니까? 뭐. 그래봤자 어디 젊은 날만 하겠어요? 싱싱하던 시절이 그립죠! 암요! 암! 암! 아무려면! 그래도 지금 두 다리로 멀쩡히 걸어 다니고 봄날 꽃구경 다니고 맛난 거 찾아다니면 당신은 큰 행운입니다.
삶의 필름을 잠시만 되 돌려보면 몇 달 사이에도 주변에 황당한 일이 정말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것도 며칠 전에도 멀쩡하게 아침마다 인사 카톡 보내던 놈 연락두절 되고요. 즈그 자식들 잘 산다고 마구마구 떠벌리며 골목골목 누비며 폐지 줍던 그 영감 요즘 모습 감췄고요.
옛날 소주 한 잔 마시다가 진보니 보수니 거품 물고 정치 얘기 하던 골통 그 놈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죠. 산 좋다고 주말마다 건강 챙기며 이 산 저 산 등산 가자 조르던 절친 그놈 졸지에 심장마비로 저 세상 가버렸죠.
소설 한 권 멋들어지게 써놓고 증정본 보내준다 하더니 자랑하던 후배 놈 깜쪽같이 소식 끊겼고요. 당구 300에 어떤 짠돌이 난데없이 신장 이상이 생겨 투석하며 두문불출 괴로운 방콕 삶이고요. 빌딩 몇 채 가졌다고 어깨에 힘주던 술값 밥값 계산의 달인도 요양원 직행 했죠. 이런 일이 부쩍부쩍 요즘 왜 그렇게 많이 벌어지죠?
생각해 볼수록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와 그대에게서 일어나는 반복되는 일상의 일입니다. 돈 많다고 땅 많다고 잘 산다고 못 산다고 잘 생겨서 못 생겨서 뭐 이런 것과 상관없습니다. 돈 많다 아무리 자랑해도 나이 70~ 80 이면 소용없고 건강하다고 자랑해도 90이면 소용없습니다.
오늘은 쬐매 유식하게 한문과 운율에 맞춰서리 읊어 보겠습니다. 流水不復回(유수불복회)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行雲難再尋(행운난재심)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네. 老人頭上雪(노인두상설) 늙은이의 머리 위에 내린 하얗게 쌓인 눈은....
春風吹不消(춘풍취불소) 봄바람이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春盡有歸日(춘진유귀일) 봄은 오고 가고 하건만, 老來無去時(노래무거시) 늙음은 한 번 오면 갈 줄을 모르네, 春來草自生(춘래초자생) 봄 이 오면 풀은 저절로 나건만 靑春留不住(청춘유불주) 젊음은 붙들어도 머물지 않네...
이 글 같은 게 우리들의 현실이고 현장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지금같이 이빨 성할 때 맛난 것 많이 먹고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실컷 구경하고 귀로 들릴 때 듣고 들어야 하며 베풀 수 있을 때 남에게 베풀며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는 게 최고입니다
이것이 인생길 후반 잘 사는 방법 아닌가요? 人生이란 따지고 보면 지금같이 늦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게 최고입니다. 언젠가 못 보고 못 듣고 못 먹고 못 입고 못 걷고 내 손으로 아무 것도 못 할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오늘 즐거움을 미루지 말고 누구를 미워도 말고 부르면 번개처럼 나와 줄 그 사람과 신나게 즐기세요. 우리 나이에는 정확한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의 지금 이 순간이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꽃이 화려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는 지금도 움직여야 꽃 피는 봄날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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