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일 수요일

별 의미가 없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할 사람의 있다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어떤 말을 할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만약 당신이 알게 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당신이 오픈할 수 있는 정보엔 분명히 한계가 있으리라. 이번엔 반대로 당신이 정말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보자. 바로 앞에 언급했던 사람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보들을 언급할 것이다. 어쩌면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을 할 때도 많을 것이다. 오늘은 "의미가 없어서 더 좋은, 그런 말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누구나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추상적인 생각들을, 적절한 단어들을 조합해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건 꽤나 어려운 작업이다.

나 또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사람들을 보더라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별 의미 없는 일상 속 일들을 말해주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할 때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신의 일상 속 시시콜콜한 일들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침에 머리를 감으려다가 실수로 샴푸가 아닌 바디워시를 손바닥에 한 움큼 받았다던가, 출근을 하던 중 무심코 바라본 하늘이 너무 맑았다던가, 점심을 먹는데 자신이 싫어하는 반찬이 있었다는 등의 얘기들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너무나 사소해서 반나절만 지나더라도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넘겨버리곤 한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만큼 '굳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러한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은 누군가가 알든 모르든 크게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했을 때, 그것에 관심을 갖고 다시 되묻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앞서 예시로 든 이야기들을 했을 때 "그럴 만 해. 나는 반대로 샤워할 때 실수로 샴푸를 짠 적도 있었어"라던가, "그렇게 맑은 하늘이라니, 나도 보고 싶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때부터 당신이 한 말들은 누군가 몰라도 상관없는 말들이 아니게 된다. 그들의 반응 덕분에 당신의 일상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기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얘기를 할 때 '어떠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준비한다거나,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거나, 이직 준비를 한다는 등 알맹이가 있는 얘기를 선호한다. 물론 이것은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나가기엔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정한 주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도 있고, 경험이 없더라도 겪었다고 상상했을 때를 가정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문장 속 알맹이, 즉 어떠한 주제가 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전제는 '당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지'에 달려 있다. 상대가 던지는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을 받기 위해선, 자신이 그 말에 어떤 의미라도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호감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 친한 사람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런 색이 입혀지지 않은,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일상에 서로가 색을 덧칠해주는 것. 그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 그런 느낌을 주고받는 것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별다른 의미가 없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지만, 할 사람이 있다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가. 당신의 일상에 대해 궁금해하고, 아무런 용건 없이 전화를 할 수 있으며, 누군가의 시선에선 '저게 그렇게 즐겁나' 싶을 만한 기들로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것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다.



소소한 일상들을 공유할 사람이 생기는 순간부터, 당신의 일상은 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당신에게조차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인 찰나의 순간들을 붙잡은 뒤, '그런 일이 있어서 넌 어땠어'라며 다시 되돌려주는 사람. 무료하다고만 생각했던 당신의 하루에 숨겨진, 형형색색의 감정의 빛깔들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다.



당신의 말에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누군가에게 한번 던져보라. 당신의 별 의미 없는 말들조차 의미를 담아줄 사람들을 곁에 두어라. 어쩌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지독히 외로워하는 건, 그들의 곁에 이런 사람들이 없어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일상을 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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