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의 오류(Arrival Fallacy)'는 하버드대학교의 긍정심리학 학자 탈 벤 샤하르(Tal Ben-Shahar)가 정립한 심리학 용어입니다.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면(도착하면) 반드시 영원히 행복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뜻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 대학에만 합격하면', '이 직장에 들어가면', '내 집 마련을 하면', 혹은 '은퇴만 하면' 인생의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완벽한 행복이 찾아올 거라 기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기대했던 짜릿한 행복은 아주 잠시뿐이고 금세 허무함이나 또 다른 불안감이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도착의 오류가 가진 함정입니다.
도착의 오류(Arrival Fallacy)를 지나, 삶의 여백에서 마주한 진짜 행복
어린 시절 우리는 늘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내 집 마련을 하고 아이들을 다 키워 세상에 당당히 내보내고 나면… 그 고개만 넘어서면 인생에 완벽하고 영원한 평온이 찾아올 줄 알았다. 목적지에 도달하기만 하면 삶의 모든 고단함이 씻은 듯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도착의 오류(Arrival Fallacy)’다.
하지만 막상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 그 정상에 발을 디뎠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기대했던 영원한 환희가 아니었다. 훈장처럼 쥐어진 성취 뒤에는 잠시의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을 뿐, 이내 썰물처럼 밀려드는 묘한 허무함과 또 다른 형태의 삶의 무게였다. 인간은 기가 막히게도 좋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버리는 ‘쾌락 적응’의 동물인지라, 그토록 갈망하던 목적지도 도착하는 순간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인생의 모든 순간을 ‘준비 단계’로만 취급했다면, 도착한 뒤에 남는 것은 텅 빈 허탈감뿐일지도 모른다. 정상에 오르는 것 자체는 삶을 지탱하는 좋은 동력이 되지만, 정상에 머무는 시간은 인생 전체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짜 삶은 목적지에 이르는 그 길고 긴 '과정' 속에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를 진짜로 살아가게 하고, 내면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던 것은 거창한 성취의 순간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가벼운 운동화를 차려 신고 땅을 밟으며 느끼던 신선한 공기,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게 해주는 잔잔한 움직임, 그리고 오랜 세월을 함께 비바람을 맞으며 걸어온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깊고 진실한 대화 한 자락. 그런 소박한 일상들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여정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짜 보석들이었다.
행복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워 넣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증명해 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마음에 얹힌 불필요한 욕심과 복잡한 인간관계의 짐을 하나씩 덜어내고, 내 삶에 따스한 '여백'을 만들어줄 때 비로소 찾아온다. 텅 빈 마당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처럼, 비워진 마음의 여백 속에서만 오늘 하루가 주는 잔잔한 평온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쁨도 좋지만, 올라가는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에 눈길을 주고, 함께 걷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따뜻하게 쥐어주는 것. 도착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지금 내가 딛고 선 '오늘'이라는 과정을 정성껏 살아내는 것. 그것이 도착의 오류라는 오랜 함정에서 벗어나, 삶의 황혼에도 변하지 않는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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