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싶을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빨라집니다. 문득 뒤돌아보면 치열하게 달려온 무수한 세월이 스쳐 지나가고, 이제는 삶의 많은 것들을 비워내며 고요하고 단순한 일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복잡한 인맥이나 불필요한 욕심들을 덜어내게 됩니다. 하지만 삶의 군더더기를 비워내는 것과,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소심하게 마음을 접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인생의 참된 지혜는 '비워야 할 것'은 과감히 비우고, '원하는 것' 앞에서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내딛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매주 두세 번, 초록빛 골프 필드 위에 서면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합니다. 매 홀마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공이 해저드에 빠지면 어쩌지?', '오비(OB)가 나면 부끄러운데…' 하는 소심한 걱정에 사로잡히면 몸은 잔뜩 굳어버리고 스윙은 엉망이 되기 일쑤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소극적으로 휘두른 채는 결코 좋은 샷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설령 공이 벙커에 빠질지언정,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믿고 과감하게 스윙을 날려야 후련함이 남습니다. 미스 샷은 그 홀이 끝나면 그만이지만, 쳐보지도 못하고 포기한 샷에 대한 미련은 라운딩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도니까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와 함께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 볼까 고민할 때, 혹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이 나이에 굳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경험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더 조심스러워지고 소심해지기 쉽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혹은 체면을 지키려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가고 싶은 길을 돌아서곤 합니다.
하지만 90세를 맞이한 오랜 지인의 삶을 바라보며, 혹은 매일 아침 걸으며 마주하는 자연을 보며 다시금 깨닫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오늘'이라는 시간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실패는 순간의 해프닝일 뿐입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서면 잠시 발을 돌리면 되고, 서툰 도전으로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삶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따라와 우리를 붙잡습니다.
그러니 소심하게 굴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가슴속에 품은 작은 울림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과감하게 샷을 날려야 합니다. 내 남은 삶의 필드 위에서 가장 후회 없는 스윙을 하며 걸어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매 순간을 온전한 나의 걸음으로 채워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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