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는 인생이 노력과 계획에 따라 곧게 뻗어 나가는 직선 같다고 믿곤 합니다. 5년 뒤, 10년 뒤의 목표를 세우고 그 이정표를 향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리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삶의 긴 고개를 넘고 은퇴라는 변곡점을 지나 마주하는 진짜 현실은 결코 일직선이 아닙니다. 사방으로 굽어지고 예기치 못한 바람에 흔들리는 곡선의 연속입니다.
특히 70대, 80대를 지나며 마주하는 삶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세상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무엇보다 그 어떤 예측도 허용하지 않는 ‘건강’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삶의 길목마다 버티고 서 있습니다. 노화와 신체의 변화는 아무리 철저히 관리하고 대비해도 인간의 의지나 정교한 계획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입니다. 일직선으로 흘러갈 리 없는 인생에서 먼 미래를 거창하게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몸과 마음으로 엄연한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 통제 불가능한 현실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짜 삶의 지혜가 시작됩니다. 내일의 신기루를 통제하려는 오만을 내려놓고, 거창한 계획의 거품을 걷어내는 것. 그것은 삶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가장 겸손하고 단단하게 부둥켜안는 현명한 선택이 겠지요 !
하루라는 인생의 완결판
우리의 인생은 긴 연속극이라기보다, 매일 아침 막을 올리고 밤이 되면 막을 내리는 단편 극장들의 연속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아침 무사히 눈을 떠 나만의 소박한 루틴을 지키고, 맛있는 밥을 먹고, 소중한 사람과 편안한 눈빛을 나누다 밤에 평온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그 하루는 그 자체로 완벽하게 성공한 하나의 독립된 인생입니다.
"지나간 어제는 이미 내 손을 떠났고, 오지 않은 내일은 내 영역이 아니다. 우리가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은 오직 오늘뿐이다."
인생을 거창하게 계획하지 말고 매일 하루하루를 잘 지내는 것이 최상이라는 깨달음은, 삶의 잔가지를 모두 쳐내고 본질만 남긴 고도의 삶의 기술입니다. 굴곡진 세상과 예측할 수 없는 육신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이라는 확실한 땅에 발를 딛고 그 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힘을 빼고 담백하게 채워진 하루들이 쌓여갈 때, 인생은 계획된 어떤 미래보다 더 깊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아름답게 완성될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