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을 놓고 미중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양 한복판에 있는 군도(섬무리)인 차고스제도(諸島)를 모리셔스로부터 통째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전략적 요충지를 '부동산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권 구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차고스제도를 직접 매입하려는 배경에는 차고스제도에 위치한 디에고가르시아 섬에 있는 영국과 미국의 합동군사기지에 대한 '영구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영국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인도양의 차고스제도를 사들이는 방안을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이 매입 관련 계획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차고스 제도는 어디고, 트럼프는 왜 사려고 하는가
차고스제도는 현재 영국령 인도양 영토로 분류된다. 하지만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모리셔스 영토를 분리해 지배한 것은 탈식민화 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하고, 같은 해 유엔총회도 모리셔스에 주권을 반환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이양절차가 추진돼 왔다.
영국은 2024년 모리셔스와 합동성명을 통해 차고스제도를 향한 모리셔스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디에고가르시아 군사기지는 장기 임대형식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그는 2026년 1월 소셜미디어(SNS)트루스소셜을 통해 차고스제도 반환 합의를 두고 '엄청난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고스제도를 미국 영토로 만들려는 이유는 이곳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차고스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 군사기지는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은 물론 이란전쟁에서도 장거리 폭격기와 공중급유기, 정찰자산이 전개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도 공식 설명에서 이 기지가 인도양 전역에 대한 장거리 공중작전과 해상통제의 거점이라고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고스 제도의 영향력이 중국과 이란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리셔스가 향후 정권 교체나 외교노선 변화로 중국과 안보협력에 가까이 다가설 경우, 중국 해군과 정보기관이 디에고가르시아 주변해역에서 해상감시와 통신정보 수집활동을 본격화할 수 있다.
현재 구조에서는 영국이 모리셔스에 주권을 넘기더라도, 미군기지의 유지 여부는 결국 모리셔스와 임대계약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매입'까지 거론하는 이유는 이런 임대구조 자체를 없애고 영구 통제권을 미국이 가져가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인도양 패권경쟁 속 '전략 삼각형'의 한 꼭짓점
모리셔스와 차고스제도 위치. ⓒ 구글 지도 갈무리
차고스제도가 놓인 인도양 중앙부는 아라비아해-말라카 해협-호주 북부로 이어지는 주요 해상교통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 항로는 중동산 원유와 아프리카 및 아시아 물류가 지나는 '세계의 바닷길'로 미국은 해군전략문서를 통해 인도양의 제해권이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 전략경쟁에서 핵심변수라고 지적해왔다.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와 스리랑카 함반토타, 동아프리카 항만 등을 향한 투자와 항구사용권 확보를 통해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디에고가르시아(차고스제도의 섬)-디에고수아레스(마다가스카르 인근)-호주 북부 기지를 묶는 '전략삼각형'으로 중국 해군의 인도양 상시배치를 견제해왔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차고스제도의 군사적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모리셔스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매입하는 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안보전문가 에흐타샴 알리 펀자브대학교 연구원은 국제관계 전문 싱크탱크 국제정세포럼(IAF)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모리셔스의 두 번째로 큰 수입파트너이고, 모리셔스의 대중국 수출은 최대 70%까지 증가했다"며 "미국이 모리셔스와 각을 세우는 극단적 시나리오의 경우 중국이 모리셔스와 밀착해 이 지역에 군사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허프포스트코리아(https://www.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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