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고요한 거실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참 치열하게도, 그리고 참 열심히도 살아왔다는 생각.
젊은 날의 우리는 마치 뒤를 돌아보면 안 되는 사람처럼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잣대에 나를 맞추느라, 혹은 내 어깨에 지워진 삶의 무게를 버텨내느라 숨 가쁜 나날이었지요. 더 많이 채우고, 더 높이 쌓아 올리는 것만이 잘 사는 길이라 믿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강을 건너 인생의 깊은 가을날에 당도하고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것들은 대단하고 거창한 곳이 아니라, 아주 소박하고 담백한 일상 속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 발로 뚜벅뚜벅 대지를 딛고 걷는 발걸음, 그리고 평생을 곁에서 함께 늙어온 소중한 사람의 손을 가만히 쥐어보는 순간. 이제는 더 많은 재산이나 높은 자리보다, 이렇듯 평온한 하루를 온전히 누리는 것이 가장 큰 축복임을 압니다.
현실의 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크고 작은 과제들을 던져줍니다. 나이가 들어도 책임져야 할 온기가 있고, 마음 쓰이는 가족이 있으며, 조금씩 약해지는 몸을 추슬러야 하는 현실적인 무게가 존재하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무언가를 더하는 시간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조용히 덜어내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복잡한 인간관계의 끈을 조금 덜어내고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과의 깊이를 택하는 것, 내 손에 쥔 욕심의 무게를 줄여 마음의 빈 공간을 만드는 것. 남과 비교하며 서두르기보다 내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걷는 것. 그것이 황혼기를 살아가는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인 쉼의 방식입니다.
인생은 속도로 기억되지 않고, 방향과 마음으로 기억된다고 합니다. 오늘 걷는 나의 한 걸음이 어제보다 조금 더 평온하고, 오늘 마주하는 내 마음이 어제보다 조금 더 너그러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더 늦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이 '제발 좀 쉬어달라'고 애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정한 브레이크를 선물해 주는 것. 오늘 하루는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친 나를 가만히 안아주는 그런 따스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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