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5일 월요일

짐은 나의 힘이었습니다

 짐이 곧 힘이었던 나날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어깨 위에 놓인 짐들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한순간도 어깨가 가벼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마주해야 했던 내 나라의 무게,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 했던 가족의 무게,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섰던 직장의 무게, 그리고 때로는 마음을 지치게 했던 이웃들과의 관계까지. 어디 그뿐인가요. 젊은 날의  가난과 나이가 들며 하나둘 고장 나는 몸의 신호들,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은 슬픈 이별의 순간들은 늘 삶의 도처에서 우리를 누르는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나를 주저앉힐 것만 같았던 그 무거운 짐들이 사실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짐은 나의 힘이었습니다

그 무거운 것들이 나를 주저앉히는 줄만 알았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던 내 나라의 무게와 외면할 수 없던 가중(加重)한 가족의 무게, 

매일 아침 눈을 뜨게 하던 직장의 무게와 때로 서글픔을 안겨주던 이웃이라는 무게.

돌아보면 삶의 길목마다 복병처럼 도사리던 가난의 짐과 

야속하게도 허물어져 가던 몸의 짐, 

가슴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 슬픈 이별의 짐들이 늘 함께였습니다.

내려놓고 싶어 눈물짓던 밤도 있었습니다. 

날 선 바람에 등이 휘어지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눈부신 역설이여, 

나를 누르던 그 허다한 짐들이 

사실은 대지에 발을 딛고 서게 하던 가장 단단한 중력이었음을 이제야 압니다.

지켜야 할 무거움이 있었기에 

거친 폭풍 속에서도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았고,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있었기에 

오늘도 최선을 다해 눈부신 하루를 일구어 왔습니다.

그 무수한 짐들이 나를 키웠고 

그 눈물겨운 무게들이 

오늘의 나를 붙드는 가장 고마운 힘이 되었습니다.

치열하게 사랑하고 묵묵히 버텨온 날들,

 어깨 위에 얹힌 거친 흔적들은 내가 살아냈다는,

 참으로 잘 살아왔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훈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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