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은 놓고 가지만, 살아온 마음은 남는다."
세상에 태어나 평생을 일구고 모아온 물질이나 육신은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 다 놓고 가야 하는 것이 순리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대했는지,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따뜻함을 남겼는지, 그리고 매 순간을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냈는지에 대한 '마음의 발자취'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남겨지는 향기
살아가며 우리가 손에 쥐는 것들은 참으로 많다. 젊은 날의 치열한 열정이 일구어낸 일터의 성취, 자식들을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낸 부모로서의 보람, 그리고 평생의 손때가 묻은 집안의 크고 작은 물건들까지. 그것들은 한 인간이 이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다.
그러나 시간의 강물은 거침이 없어서, 흐르고 흐르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비움'의 계절을 데려온다.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물질도, 뜨겁게 박동하던 육신의 활력도 세월의 순리 앞에서는 조금씩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올 때 그러했듯 갈 때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삶의 엄연한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허무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가진 것은 모두 놓고 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에 가장 뚜렷하게 남는 진짜 '내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이 바로 '살아온 마음'이다.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비우며 깨닫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덜어낼수록 오히려 내면의 풍경은 더 선명해진다는 사실이다. 평생을 함께해 온 동반자의 손을 잡을 때 느껴지는 고마움, 매일 아침 대지를 밟으며 걷는 걸음 속의 평온함, 삶의 굴곡을 지나오며 다듬어진 지혜는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주변을 따스하게 채우는 향기가 되어 남는다.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건넸던 따뜻한 말 한마디, 소중한 이들을 위해 묵묵히 견뎌냈던 시간, 그리고 삶을 대했던 진실하고 올곧은 태도는 남아있는 이들의 기억 속에 밀물처럼 스며든다. 자식들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사랑하는 아내와 공유한 반세기의 세월 속에 지워지지 않는 무늬로 새겨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육신의 옷을 조금씩 가볍게 입는 과정일 뿐, 영혼의 온기까지 식어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겉껍질이 벗겨질수록 알맹이는 더 단단해진다. 80여 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다져진 내면의 영혼은, 여전히 청년의 활력과 깊은 철학을 품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니 마지막에 남는 것은 우리가 소유했던 영토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가 머물다 가는 자리의 온도가 될 것이다. 가진 것을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대범함과, 그 비워진 자리를 아름다운 마음의 발자취로 채워가는 삶.
모든 것을 놓고 떠나는 날, 세상은 내가 가졌던 것들이 아니라 내가 남겨둔 그 깊고 은은한 '마음의 향기'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삶의 가을날, 비움이 주는 충만함 속에서 진정으로 남길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요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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